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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실버신문 신년 제언> 고령화 가속 ‘노인간병 강국’ 시급하다

장상옥 | 기사입력 2024/01/07 [15:53]

<경기실버신문 신년 제언> 고령화 가속 ‘노인간병 강국’ 시급하다

장상옥 | 입력 : 2024/01/07 [15:53]

▲ 한 종합병원에서 고령의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딸의 모습.

 



▲ '간병비 국가가 해결합니다, 간병비 지원 대상 400만명까지 확대'라고 쓰여진 한 정당의 현수막이 이천시 관내에 내 걸려 있다.





 

안동의 한 종합병원 병실. 90대 가까운 할머니 3명이 병상에 누워 있다. 그 옆에는 70대를 넘긴 맏아들이 지극 정성 간병을 하고 있다.  

 

치매가 있는 할머니는 연신 무언가 중얼거린다. 간병을 하던 70대 맏아들은 "18세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나를 낳고 나이가 드니 이렇게 변해 버렸다"며 한탄 섞인 안타까움이 짙게 깔린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 치매 할머니는 밤새 큰 소리를 질러 돼 다른 환자의 잠에 방해가 되자 결국 간호사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간호사실에서도 그 증상은 아침까지 계속됐다. 걱정이 된 따님까지 병실에 달려 왔다.

 

다른 할머니 환자는 간밤에 화장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을 다쳐 수술 받고 맏아들의 간병을 받고 있다. 고관절 할머니의 맏아들은 "밭일도 하고 식사도 잘하던 어머니가 밤새 넘어져 이렇게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대소변도 직접 가려준다.

 

병실에 밤낮 없이 "코드 블루(Code Blue) 환자(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가 발생했다"고 방송이 나왔다.

 

기자의 93세 어머니도  코로나19와 담낭염으로 이 병실에 입원해 있고 형제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하고있다. 어머니는 항생제와 영양제를 투여 받고 두달째 사투를 벌이다 1월부터 다행히 안정세를 찾고 있다. 어머니는 밤새 고통을 호소해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었다. 의식은 혼미 해지고 몸은 퉁퉁 붓고 식사는 한끼도 못하셨다. 어머니가 고통스러워하니 기자도 고통이 왔다.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가 정상을 유지해 그나마 안도했다. 맏형과 교대로 부천과 안동을 오가며 간병을 계속하고 있다. 휴일 24시간 간병비가 20만원에 달하니 다른 간병인을 쓸 엄두를 못낸다. 

 

'어르신이 건강해야 집안이 평온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처럼 간병이 시급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에 접어드는 가운데 간병비 부담에 가정 파탄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환자의 모든 치료 단계에서 간병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국민간병 부담 경감방안'을 확정 발표했고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방향을 잡아 다행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연간 10조원대로 추산되는 간병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이 도입된다. 현재 연인원 230만명 수준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를 2027년 400만명까지 늘려 간병비 부담을 10조7천억원(2024∼2027년) 줄이는 게 목표다. 요양병원 간병 지원 사업도 개시된다. 오는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국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경기도의원들도 적극 나섰다. 김미숙 도의원(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군포3)이 대표발의한 ‘노인 간병비 급여화 제도개선 촉구 건의안’과 김동규 경기도의원(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안산1)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저소득계층 노인 간병비 지원 조례안’이 지난달 말 경기도의회 제372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가결, 간병비 법적 지원근거를 마련했다.

 

이들 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노인 간병비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는 공론화의 장을 넓혀 간병비에 고통받는 국민의 목소리와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30년엔 1300만명에 달한다. 여야 정치권은 간병비 급여화로 건보재정의 위기를 불러 오지 않게 머리를 맞대고  예산안 확보와 재원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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