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0,000달러가 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 정신적인 가치관은 여전히 후진국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물을 평가할 때의 척도를 관직의 높고 낮음으로 그 사람의 수준을 평가하고 어떻게 벌었던지, 물려받았던지 돈이 많고 적음으로 그 사람의 인간성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집안마다 있는 종친회나 모임에서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보면 과거나 현재에 어떤 관직이나 직급을 꼭 말한다. 그렇다면 관직이나 조직에서 직급이 없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이타적인 삶을 산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나병(한센병) 환자를 내 가족보다도 더 헌신적으로 돌보다가 2005년 11월 나이가 70이 되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자신들이 부담이 될 것 같자 조용히 떠난다는 편지 한 통만을 남기고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2023년 9월에 선종했다는 뉴스를 전해 들었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한평생을 동고동락하던 두 수녀님(한 분은 마리안)은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먼 이국땅 한국의 소록도의 병원에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소속 수녀회에서 듣고 자원해서 한 분은 1962년에 또 한 분은 1966년에 차례로 소록도에 왔다. 그분들이 국립 소록도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한국은 무척이나 가난한 나라였다. 이들은 병원으로부터 월급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는 공부를 했던 의사들조차 치료하기를 꺼려했던 환자들을 두 간호사는 맨손으로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입으로 피고름을 빨아내는 치료를 해서 주위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환자에게 있어서의 두 수녀님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성모마리아였다. 숨어서 어루만지는 손의 기적을 하나님 외에는 누구에게도 얼굴을 알리지 않은 베품이 참사랑이라고 믿었던 두 수녀님은 어떤 상이나 인터뷰도 사양했다. 고국인 오스트리아의 정부 훈장도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직접 소록도에 찾아와서야 줄 수 있었다. 두 수녀님은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의 간식비로 그리고 병이 나아 떠나는 사람들의 여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상처받고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환자들을 눈물겹게 보살핀 두 수녀님의 사랑의 향기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에 날려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이 되고 세상의 소금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물 평가의 기준이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달라져야한다. 이 두 수녀님의 삶에서 보듯 한나라의 대통령이나 장관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부를 이룬 기업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병원의 원장이 아니더라도, 유명한 대학의 교수님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삶이 세상 사람들에 본이 되고 사랑, 봉사 헌신으로 사는 사람들, 다시 말해 이타적인 삶을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인정을 받야 한다.
필자의 가족 중에 중국에서 선교사로 헌신하셨던 목사님과 사모님이 계신다. 중국 연변지역의 꽃제비들과 북한에서 탈출한 우리 동포들을 같은 갖은 고난과 어려움 끝에 남한으로 이주시켜 성인이 되도록 후원자가 되어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착시키는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신 분들이시다. 사모님은 은퇴 후 뇌출혈로 목사님이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사시다가 돌아가실 때까지 꼬박 10년 동안 온 정성을 다해 수발해오셨다. 그 사모님께서 한 번도 좌절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런 분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세상적 계급장과 돈이 많고 적음이 성공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애국지사,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포탄의 화염 속에서 초개와 같이 산화한 국군 용사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건지려고 불 속에 뛰어들어 순직한 소방요원들 이런 분들이 나라와 가문을 빛낸 인물로 소개되어야 하며 훌륭한 또 성공한 인물로 인정되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기려야 마땅하다. 아울러 능력과 관계없는 나이 무시, 학력, 지역에 따른 차별도 이제는 없어져야 할 진짜 적폐다. <저작권자 ⓒ 경기실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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