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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반백이 된 세월, 고향 친구 50여 년 만의 만남

임병량 기자의 소래포구 나들이 기행

임병량 | 기사입력 2021/07/12 [10:16]

어린이들이 반백이 된 세월, 고향 친구 50여 년 만의 만남

임병량 기자의 소래포구 나들이 기행

임병량 | 입력 : 2021/07/12 [10:16]

 

 

 


소래포구(인천시 남동구 포구로)는 수도권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전철과 연결돼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싱싱한 해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버들이 즐겨 찾는다. 이곳엔 바다와 갈매기가 있고 고기잡이 어선과 경매장이 운치를 더해 준다. 친구와 소주 한 잔 나누면 쌓인 스트레스가 저절로 공중 분해된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서민들의 만남 장소다.

 

지난 7월 5일 오후 1시, 소래포구 어시장은 한산했다. “어제까지 장마가 나들이객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직 개시를 못 했어요, 회 중에 가장 좋은 민어를 싸게 드릴 테니 구경해 보고 맛있게 드세요. 어제까지 kg에 5만 원 했지만, 오늘은 4만 원에 드릴게요"  3kg 민어 흥정을 마친 일행은 옆집에 자리를 잡고 소주잔을 나눴다.

 

 일행은 50년 만에 만난 고향 중·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다. 서로가 얼굴을 쳐다보면서 반백 된 머리를 보면서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실감했다. 근황은 간접적인 통로를 통해 가끔 들었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늙어버린 우리의 모습이 꿈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이산가족에서 봤던 잃어버린 세월 5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만남에 감사했다.

 

 술 몇 잔이 들어가니 어릴 때 힘들었던 보릿고개 이야기와 삶의 현장에서 살아온 과거사가 큰 맥줄을 이었다. 함께 슬퍼해 주고 때로는 웃기도 하면서 황금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 삶은 비록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금수저다. 셋이서 공유할 수 있는 삶에 마음을 합하고 나누면서 힐링의 시간을 누렸다. 우리의 모습을 본 가게 주인도 함박웃음을 보이며 “정말 다정한 고향 친구들이군요”라고 부러운 눈빛으로 말을 섞었다. 

 

 

 

 

 저녁 나들이객들이 옆 자리에 앉았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6시가 다 되었다. 우리의 끝없는 이야기가 5시간이나 됐다. 여기서 선을 긋고 자리를 이동했다. 주변 바다 풍경을 구경하며 산책길을 걸었다. 꽃게와 새우가 있는 조형물 앞에서 우리의 모습을 셀카에 담았다. 마스크를 벗고 찍자고 했으나 두수 친구가 늙은 모습 싫다며 그냥 가리고 찍자는 말에 모두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소래포구역을 향해 바쁜 걸음으로 걸었다. 길가에 호떡집에서 입을 즐겁게 한 일은 나로서는 처음이 아니었다. 인심 좋은 친구가 추가로 더 사 와 사모님 갖다주자고 포장을 해왔다. 집에까지 가려면 두 시간 이상 소요된 하남, 의정부 먼 거리다. 고향 사람은 인정 많고 마음이 따뜻하다. 고향 사람과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편안하다.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리운 것은 이런 깊은 속셈 때문일 것이다.

 

 친구가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에 가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를 못 갈까 마는 아직은 코로나19로 누구를 쉽게 만난다는 일이 서로가 부담을 주는 안타까운 시기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코 흘리면서 공부한 책상도 앉아보고 싶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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