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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자살 방지와 치매 예방, 사랑이 묘약이다”

대한노인회 부천시원미지회 김경자 경로당 관리사,부천시자살예방센터 ‘2021년 생명사랑 수기’ 최우수상

장상옥 | 기사입력 2021/06/28 [06:50]

“고령화 사회 자살 방지와 치매 예방, 사랑이 묘약이다”

대한노인회 부천시원미지회 김경자 경로당 관리사,부천시자살예방센터 ‘2021년 생명사랑 수기’ 최우수상

장상옥 | 입력 : 2021/06/28 [06:50]

  

▲ 코로나19가 창궐하기전 한 경로당에서 프로그램 관리사가 회원들에게 치매 예방 그림 그리기를 지도하고 있는 김경자 대한노인회 부천시원미지회 경로당 관리사. 사진은 기사내용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부천시 관내
30여명의 거점경로당 프로그램 관리사들이 대한노인회 부천시오정지회 소사지회 원미지회에서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주임무는 경로당 회원들이 즐겁게 건강하게 프로그램을 즐길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생일을 챙겨 드린다거나 요양병원으로 가진 회원들을 위문하기도 한다.

 

원미지회 소속 김경자 관리사가 2012년 부천자살예방센터 생명사랑 수기 및 표어 공모전에서 수기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경로당 프로그램 관리사로 평소 일하며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수상작 고령화 시대 자살 예방과 치매 예방, 사랑이 묘약이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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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고 싶다"

 

경기도 부천의 한 경로당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80대 중반의 어르신(할머니) 한분이 곁에 다가와 속삭이 듯 이런 말을 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평상시와 다름없어 보이던 어르신이 돌연 금기어인 자살이란 단어를 끄집어냈을 땐 뉴스에서만 듣던 일이 눈앞에서 현실로 벌어지려나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로당 코디네이터로 첫 출근 때는 집안 자랑과 자식자랑만 늘어놓던 어르신들이 점차 친해지면서 간직하고 있는 내면의 고통도 토로하기 시작 한 것이다. 딸 같은 나이의 코디가 늘 살갑고 친절히 대해 주니 마음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자세히 들어 보기로 했다. 수십명의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계신 가운데 은밀히 대화를 나누었다. 우울증 까지 걸릴 정도로 살면서 말못할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던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엌·벤치 등에서 대화를 이어가다 그 다음날 아침에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더 나누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일찍 경로당에 출근해 어르신의 사정을 다 들어 보니 자살 생각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은 고부갈등이었다.

 

어르신은 남편과 일찍 사별한 후 전 재산을 아들부부에게 주고 함께 사셨다고 한다. 아들 부부는 약사로 서울에 약국을 차려 함께 출퇴근을 하며 생활해서 어르신은 20년 가까이 2명의 손주 육아와 아들 내외의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처리했다.

 

하지만 어르신이 늙고 거동이 불편해지자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도 못 받고 눈칫밥을 먹어야 했고 며느리가 출근하기 전까지 거실에도 못 나오는 그런 생활까지 했다고 한다.

 

배신감과 억울함에 어르신은 고향에 가서 죽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침 일찍 전철을 타려고 개찰구를 나가려는 순간 아들이 달려와 말린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때 실랑이를 하다 손목에 피멍이 들고 온몸에 타박상이 입은 흔적을 보여 주었다.

 

그후 어르신은 고부간 갈등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로 힘들었던지 밤마다 전화해 죽고 싶다란 하소연을 연발하셨다.

 

1년간 어르신의 수많은 사연을 들어주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상담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어르신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아 내린 결론은 아직도 정정 하시니 혼자 독립해서 사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했다. 어르신도 동의를 해 방을 얻었지만 아들이 안된다고 말려 집 계약은 취소되고 말았다.

 

어르신과 계속 소통하며 지내던 중 출가한 딸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르신을 자기 집 근처에 방을 얻어 모셔갔다. 독립생활의 꿈을 이뤄 홀가분히 지내게 되셨다.

 

현재는 고부간의 악몽의 갈등을 딛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마음도 몸도 편하다고 하시는 어르신은 얼굴이 환해지셨고 생기도 돌았다.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을 보며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어떤 일로 고민에 빠져 정신과 육체 건강이 멍든 어르신들에게 조금마한 도움이 되고자 상담사 자격증과 미술 치료 자격증도 취득했다.

 

경로당에서 색칠 공부를 통해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을 향상 시켜 주곤 하는데 어떤 분은 색칠을 이상하게 해 치매 징후가 의심됐다. 자식에게 연락해 정밀 검사를 받게 한 후 치매 예방약을 드시게 했다.

 

경로당 코디네이터(프로그램관리사)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고령화 시대 혹시 모를 자살을 방지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일은 배려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사랑이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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