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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행복한 나들이

임병량 경기실버신문 기자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9/12 [22:34]

<시니어 칼럼> 행복한 나들이

임병량 경기실버신문 기자

장상옥 | 입력 : 2023/09/12 [22:34]

 

▲ 임병량 기자   

 

 

  의왕 선일 목장식물원에 가면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 찾아도 다양한 식물과 화사한 꽃향기를 즐길 수 있다. 실내 정원은 쾌적한 온도와 은은한 음악, 새소리와 폭포 소리가 화음을 이뤄 자연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나들이객이 숲속에서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입추가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32도를 넘는 불볕더위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외활동이나 농촌 논밭 작업을 자제하라는 안내 문자가 계속 날아오고 있지만, 이곳은 별천지다. 외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입소문 난 모임 장소에 걸맞은 음식점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점심때가 되려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넓은 주차장 세 곳은 이미 만원이다.

 

 세 가족은 매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으로 행복을 누린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언제나 소통할 수 있지만, 얼굴을 맞대고 촉감과 숨소리를 느껴야 만남이다. 이웃사촌이란 자주 만나 정이 들어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다. 젊어서는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려 자주 볼 수 없었지만, 퇴직 후 저만큼 비켜앉아 뒷산을 바라보며 자연에 취할 수 있어 감사하다.

 

 우리는 칠순을 훌쩍 넘겼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나 청춘이다. 만남은 초등학교 어린 소년 때부터 시작했다. 동네는 다르지만 오가면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60여 년의 기나긴 세월 탓에 할아버지가 됐어도 만나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이 젊어진다. 다음 달 여행지는 6박7일 제주도로 정했다.

 

 여행은 삶의 품위를 높여 준다. 나들이는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바람 소리와 들꽃 향기만 맡아도 삶이 풍요롭다. 행복은 누려야 내 것이 된다. 중국 장가계를 다녀온 지 10여 년이 지났어도 협곡과 유리길 절벽 이야기만 나오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추억은 가슴속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래서 여행은 누구랑 같이 가느냐가 중요하다. 세 가족이 여행을 자주 가려면 건강해야 한다며 손가락을 걸었다. 건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늙고 싶지 않지만, 자꾸만 세월이 흐른다. 가보고 싶은 곳 자연휴양림 50여 개를 적었다.

 

 자연휴양림은 시월 단풍이 좋다. 장소와 날짜는 제주도 여행 중에 정한다. ‘평생에 벗이 하나 있으면 많은 것이다. 둘이면 매우 많은 것이며,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헨리 브룩스 애덤스가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학 졸업생으로 미국 최고의 지식인을 상대하는 정치 기자다.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 말은 진정한 벗이 드물다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그의 불가능을 지워버린 세 명의 죽마고우다. 생전에 우리를 취재했다면 모순된 말은 바뀌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10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친구는 산소 같은 존재이자 영원한 벗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공통된 정서다. 겨울에는 점퍼봉에서 토끼몰이했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면 보고 싶은 가족 이상의 친구요 평생 동반자다.

 

 영원한 동반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선택받은 하늘의 축복이다. 순번을 정해서 음식값을 내자고 했지만, 애초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서로가 앞다투어 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기금을 조성해서 공동경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가끔은 특별한 날이라면서 음식 먹기 전에 계산하는 친구도 있다. 지난봄에는 친구 S가 거금을 찬조했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집이 매매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친구의 선한 일은 오른손만 알지 왼손은 모른다. 통장 정리를 하고서 뒤늦게 알았다. 칠 남매의 맏이로 동생들에게 부모 이상의 존경을 받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항상 동생을 먼저 챙기기 때문이다. 그의 품성을 10분의 1이라도 닮기를 원하지만, 아직도 숙제로 남았다.

 

 건강한 사람은 겸손과 품성이 바르고 자기관리가 남다르다. 친구와 함께 있으면 매사가 즐겁다. 혼자 살면 외롭지만, 어우러져 살아야 행복이 있고 건강이 따른다. 지난 사월, 원주 워크숍에 참가하여 족구 시합을 하다가 그만 역동작에 걸려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다. 걸을 수 없으니 사는 게 아니다. 헬스장은 벌써 오 개월째 결장이다. 운동과 멀어지면 근육부터 신호가 온다. 두 다리를 비교해 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동안 불편 없이 살아왔다는 게 신기하다. 건강하게 살면서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다. 사람은 겪어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다. 병원에서는 “인제 그만 와도 됩니다.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라고 말하지만, 답답하다. 고령자는 회복 시간이 길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산행은 언제나 가능할까.

 

 지금까지 고령자임을 망각하고 몸을 함부로 썼다. 보듬어 주지 못하고 소홀히 했음을 고백한다. 삶의 방식이 바꿔야 할 때다. 당뇨와 비문증, 전립선에 적색 신호등이 켜져 있다. 거울을 쳐다보니 반백의 머리카락이 마음을 흔든다. 얼굴도 어둡다. 여러 가지 궁리를 해보지만, 당장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같이 웃고 함께 슬퍼해 줄 세 가족이 옆에 있어 고맙다.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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