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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도 이제는 엄마 품이 그리워!” 94세 실향민의 한 맺힌 독백

이영진 한국자유총연맹 서울광진구지회장(전 한양대 특임교수, 보건학 박사)

장상옥 | 기사입력 2023/09/02 [05:33]

<기고>“나도 이제는 엄마 품이 그리워!” 94세 실향민의 한 맺힌 독백

이영진 한국자유총연맹 서울광진구지회장(전 한양대 특임교수, 보건학 박사)

장상옥 | 입력 : 2023/09/02 [05:33]

▲ 이영진 전 한양대 특임교수, 보건학 박사, 한국자유총연맹 광진구지회장     

 

 

나도 명절때면 엄마 품이 그립다고!! 남편이랑 아들,딸들 데리고 엄마가 계신 개풍군 중면 친정집에 음식이며 선물 보따리 들고 가고싶단 말이야!!. 조용하게 말씀하시지만 이미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다. 70년간 한맺히 절규다.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명절때면 어머님은 아들,딸 자식들이 외갓집에 다녀온다고 바리바리 음식이며 선물 보따리 들고 한복입은 손자,손녀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자식들을 그렇게 떠나 보내고 나면 94세 실향민 어머님은 돌아서서 눈시울을 붉힌다. 나는 언제쯤 갈수 있으려나? 내년이면 갈수 있겠지? 그래서 이렇게 죽지도 못하고 살아서 지팡이를 잡으면서 악착같이 버티는데 ……

19살에 6.25 전쟁통에 피난민으로 부서진 배를 타고 홀로 강을 건넜다. 부모형제들은 미처 피신하지 못한채 북한에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그야말로 생이별을 했다.

 

그래서 명절이면 어김없이 임진각에 가서 철조망 아래에 온갖 과일이며 떡이랑 술까지 제사상을 정성껏 차려놓고 “ 에고 바로 저긴데 ….” 철조망을 부여잡고 소리없이 흐느끼는 모습을 우리 자식들도 수많은 세월동안  지켜보아야만 했다.

 

통곡의 벽이 이렇게도 높은가? 경기도 개풍군이면 엎어지면 코 닿을 데인데도 갈수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땅을 치며 통곡한다. “얘들아 내년엔 갈수 있겠니?” 자식들에게 물어본다. 아니 물어보는게 아니라 제발 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자식들도 눈시울을 연신 훔쳐대다 막내 아들이 반 울음소리로 나지막하게 대답한다. “ 엄마 아직도 갈수가 없어요 쫌만 더 기다리셔야 해요” 순간 정적이 흐르면서 숙연해진다. 조용한 울음바다인 것이다.

 

할아버지요 나는 집으로 가요 난 집으로 가니 할아버지는 잘 계세요 춥더라고 참고…. 그리고 나서 흐느껴 운다.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는 영화속 한 대사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언젠가 명절에 자식들이 있는 자리에서 “에휴! 나도 남편이랑 같이 명절에 외갓집 가서 씨암닭 잡아서 백숙해 먹을라고 했는데 울 엄마가 아주 좋아할 텐데….” 라는 혼자말에 자식들이 고개를 돌린다.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말을 안하지만 자식들이 명절에 바리바리 싸갖고 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부러워했을까? 생각해보니 또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어머님의 한맺힌 고백, 절규를 그동안 자식들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70년이 지나서야 “아하! 엄마가 그래서 그런거 였구나!”라고 생각하니 불효자라며 제 발이 저린 것은 어쩔수가 없다.

 

어머님이 그동안 쓰시던 많은 지팡이가 신발장 속에 있다. 예전에 모르고 못쓰는 지팡이라며 버리려고 했다고 혼난 적이 있다. 이제는 신발장속에 고이 모셔 놓았다. 어머님 말씀인즉 내가 살아서 고향에 못가면 죽어서라도 가야하잖아 그러면 내가 쓰던 지팡이를 내가 어릴적 뛰어놀던 고향 여기저기에 묻어 주거라. 그러면 죽어서라고 내가 고향 땅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친구들하고 얘기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장난도 하고 싶어….” 

 

어머니! 울 자식들이 어머님 소원을 확실하게 해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그렇지만 살아서 가야 하니까 악착같이 버티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올 명절도 실향민 어머님을 둔 우리 자식들에게는 눈물짓는 추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94세 여전히 살아계신 어머님이 계시기에 울 다섯 남매가 이렇게 웃으면서 명절을 보낼수 있다. “엄마! 부디 오래 오래 사세요 살아서 고향 땅에 가서 뛰어 놀아야죠. 울 자식들 모두 한복을 입고 엄마 고향 땅에 같이 가서 뛰어 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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