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설렘이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3일까지 5박 6일의 가족여행은 행복했다.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 소백산생태체험관, 단양소노문 대명리조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족이 어우러졌다.
군대 가기 전까지 나의 여행은 소풍, 수학여행, 외가에 가는 날이 전부였고, 마음 설레는 유일한 날이었다. 요즘은 휴일만 오면 당연히 여행을 떠나는 시대로 변했지만, 당시에는 여행이란 말 자체가 귀한 단어였다. 좋은 세상에 태어나 잘살고 있는 축복받은 세대들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3년째 해외여행이 막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는 때로는 4인 혹은 6인 이하로만 모일 수 있다. 사람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숲속으로 여행지를 선택했다.
코로나19는 해가 갈수록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년 1월 초기에는 몇 명에 불과했지만, 2월 들어 3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연휴는 가족 만남이 아니라 서로 흩어져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삶은 환경에 따라 적응해야 한다. 우리 가족 10명은 큰 집 모임을 접었다. 세배하고 덕담 나눈 고유의 대명절다운 시기가 언제 올까? 코로나 확산세는 갈수록 두렵고 위험스럽다. 언제까지 이런 삶이 이어질지, 사람들은 세상에 재앙이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전염병 시대는 사람 많이 모인 곳을 피해 숲속인 안전하다. 1월 29일 오후 국립산림치유원(경북 영주시 봉현면 테라피로 209) 산림 치유 프로그램에 어린이를 동반한 20여 명이 참여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숲에서 조용한 시간을 갖는 일이 확진자 접촉을 피할 수 있는 길이고 신체와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다.
숙소에는 와이파이와 TV가 없다.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자연과 함께하기 위한 치유의 방법이다. 상대방의 호칭은 숲속에 자연을 상징할 수 있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편백, 소나무, 푸른 하늘, 낙엽, 토끼, 나비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호칭을 정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치유원의 강사가 간단한 자연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주의사항에 포함된 내용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은 숲 치유인 자를 이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 방안을 제시하여 산림 치유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은 날씨가 쌀쌀해 실내에서 치유 장비체험을 한다. 치유 장비는 음파와 진동을 통해 피로를 해소하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음파 반신욕기와 아쿠아 마사지 스파숍, 아쿠아 라인 마사지 세 가지를 각각 15분씩 체험했다. 수압을 활용한 전신 마사지가 좋았다. 시간이 되면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기구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은 예쁜 그림책과 같았다. 산림 치유는 확실히 면역력과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 느낌을 체험했다. 약물보다는 신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 바이러스 극복의 방법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은 연휴를 맞아 산림 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구내식당 대기 인원은 30여 명이다. 치유원 관계자는 "면역력 증진에 관심을 두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산림 치유 효과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치유원은 영주시 봉현면 주치마을과 예천군 효자면 문필마을에 걸쳐 있다. 주치마을은 개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이고, 문필마을은 장기 체류자를 위한 숙박시설이다. 식사 3식 제공은 기본이지만, 원하면 숙박 기간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객실에서는 취사가 불가하다. 운영 주체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원장 이창재)이다.
손주들은 예천 생태 곤충관과 놀이터에서 즐겁게 지냈다. 생태관보다 놀이터는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서 두 번이나 탐방할 정도로 대형 놀이기구와 그물망 미로와 같은 미끄럼틀은 어린이들에게 탐험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였다.
부석사(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는 4년 연속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국가 문화재가 많은 관광지다. '한국 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에 한 번씩 꼭 가볼 만한 대표 여행지를 선정해 국내·외에 홍보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 문화, 자연자원에 관련된 다양한 관광 정보 가치가 인정된 여행지였다.
주요 관광지에는 문화관광 해설사가 있다. 그들은 전문적인 분야에까지 해설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지역 문화재 관람 및 탐방 예절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전달하기 때문에 역사와 볼거리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역 관광 홍보와 새로운 관광지 안내까지, 여행 지식은 배가 된다.
청명한 날씨와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햇볕에 부석사 관광객은 부쩍 늘어났다. 김미숙 해설사는 일주문 입구에서 약속된 관광객들과 합류해 기본 준비체조로 시작했다. “계단이 많고 가파른 길을 30여 분을 걸어야 합니다. 준비운동이 없으면 마음부터 지쳐서 따라오지 못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사찰의 역사와 기본 정보를 소개했다.
일주문은 옛날 귀족만 들어갔지만, 이후에는 평민들도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없앴다고 한다. 부석사 입구까지 양쪽 도로에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는 가을이 되면 황금 융단 길이라고 소개했다. 5분쯤 걸으면 왼쪽에 솟아있는 높이 4.8m 당간지주는 소식지를 전하는 벽보판 역할을 했고, 1,300여 년의 역사를 기록한 보물 제255호다. 대부분 사찰 앞에 세워진 숙수사지당간지주(보물 제59호), 금산사당간지주(보물 제28호), 중초사지당간지주(보물 제4호), 보원사지당간지주(보물 제103호), 천흥사지당간지주(보물 제99호), 춘천근화동당간지주(보물 제76호) 가 있다.
해설사는 “부석사 현판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친필입니다. 법 종각, 삼층석탑, 석등, 무량수전과 소조 여래좌상 모두가 국보로 지정된 가장 많은 불교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는 사찰입니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오래된 목조건물로 배흘림기둥이 특이합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왕명은 받들어 지었다는 고찰로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은 글이 이쪽 간판에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부석(浮石)은 물 위에 떠 있는 돌을 의미합니다. 큰 바위 사이에 끈을 넣어보면 돌이 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무량수전 영역에서 바라본 풍광은 각별했다. 여행객들은 멀리 보이는 소백산 자락 능선들을 바라보면서 “마치 파도처럼 느껴져서 산해(山海), 구름 모양이라고 해서 운해(雲海), 내 마음 같다고 심해(心海)”라고 표현했다. 해설사는 거기에 더해‘사랑해’라고 큰소리로 외쳐 모두 한바탕 웃으며 즐겁게 지냈다.
숙소를 생태탐방 원으로 옮겼다. 전국에는 여덟 군데의 국립공원 생태탐방 원이 있는데 설악산(강원 인제), 북한산(서울 도봉구), 소백산(경북 영주), 가야산(경북 성주), 한려해상(경남 통영), 내장산(전북 남원), 지리산(전남 구례), 무등산(광주 북구)이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함께 교감하고 배우는 상생 공간이다. 순수한 친환경 자원을 활용한 생태체험과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환경 문제, 전문가 교육, 안전 산행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지정 기관이다.
소백산 생태탐방 원(경북 영주시 단산면 영단로 253)은 함박눈이 내렸다. 관광객들은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면서 탐방 원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를 걸으면서 임인년의 소망은 건강과 가족의 평안이라고 염원했다. 각자 맡은 일에 성실하고 서로가 사랑하고 배려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기도를 했다.
이웃해 있는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481)에서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증식·복원을 통해 자연생태계가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자연 위기 멸종동물은 설악산 산양, 소백산 여우, 지리산 반달가슴곰이다. 중부보전센터는 여우 복원사업이 전문이다.
정동림 자연환경해설사는 “여우는 잡식성 동물로 생태계에서 소형동물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우 멸종이유는 쥐잡기 운동에 따른 2차 중독, 불법 포획, 서식지 감소가 주원인입니다. 이곳에서는 여우를 위협하는 그물망 수거 활동과 불법 포획으로 잡힌 여우를 자연환경 친화훈련 과정을 거친 후 80여 마리를 방사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여우 생태 학습장 관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최대 8명 이내로 제한했다. 학습장에는 20여 마리의 여우가 밖에서 낮잠을 자거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해설사는 “겨울에는 밖에서 활동하고 여름은 더위 때문에 굴에서 생활합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짝짓기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라고 주의사항을 덧붙였다.
여우는 미운 동물로 인식했지만,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생태계 개체 수 조절 기능이 있는 유익함을 알았다. 여우 복원 과정은 그물망에 걸려 상처가 심하거나 다리가 절단된 동물이 먹이 잡기와 굴 파기 훈련을 통해 야생에 적응하도록 도와서 자연으로 방사하는 과정이다. 인류와 생태계는 더불어 살고 먹이사슬과 연계되었다는 것을 배웠다. 손주들에게도 자연 동물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관광객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해발 600m에 있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는 패러글라이딩 명소다. 단양 패러글라이딩은 한국 소비자 만족지수 1위 2020년 브랜드 리더 수상, 국내 최적의 비행 요지다. 대부분 젊은 여인들과 가족이다. 카페 산은 계속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무리 오지라고 해도 먹거리가 있고 놀 거리가 있으면 찾아다닌 젊은이들이다. 일 중독에 빠졌던 우리 시대와 비교하면 한편으로 부럽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리의 독수리가 날아가는 느낌이다. 산과 구름, 강과 하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10여 분 비행시간 너무 짧았다. 9만 원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 그들의 모습은 한 번 더 타고 싶단다. 추위를 느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행 마지막 날, 단양 만천하 스카이워크(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94)는 지난 2017년 7월에 문을 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 관광 100선’에 2차례 선정됐다. 2021년 말 입장료 150억 원, 이용객 3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 높은 관광명소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주차장은 자리가 없을 정도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여 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갑판 길로 되어 있지만,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노약자나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위험이 따를 정도다. 전망대는 단양강 물 위에서 100m 높이, 하늘 위를 걷는 짜릿함과 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은 전망대에서 방향을 잡아가며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았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밑바닥이 아슬아슬하게 보인 유리 길을 가다가 그만 멈춰서 돌아선 사람, 울고 있는 어린이도 있었다. 전망대에는 3개의 스카이워크가 서로 다른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아찔함과 멀리 보이는 산, 하늘이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전망대에서 출입구를 따라 내려오면 단양강 잔도로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총길이가 1.2km 거리를 덕담을 나누며 남한강 풍경을 한눈에 담았다. 꽁꽁 얼어붙은 강물이 하얀 옷을 입었다. 관광객들은 이 길을 걸으면서 중국 장가게와 비슷하다면서 한마디씩 말을 섞었다. 중국은 높이가 있지만, 이곳은 낮고 유리 바닥이 아니라 철망으로 덮여있다는 내용을 주고받았다.
단양은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나 단양강 잔도는 걸어보고 둘러봐야 비경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산천을 다닐 수 있어 자랑스럽고, 건강에 감사한다. 만천하 이름도 풍광에 어울린다. 여름이나 가을에 오면 더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마련한 자녀들에게 고맙다. 해외보다 더 값진 국내 여행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련다. <저작권자 ⓒ 경기실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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